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.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문상도 많이 가고 그래서인지 감정이 무뎌진 것 같아서 이런 소식에는 둔감한데, 그래도 갑자기 돌아가신 분의 문상을 가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.
그래서 아침에 연중행사인 "아버지에게 전화 걸기"를 하였다. 아버지는 전자제품을 좋아하셔서 핸드폰을 잘 바꾸시는데 지난번에 안 바꾸신 것 같아서 큰 맘먹고 좋은 걸로 해드리려고 생각 중이었다. 그런데 이미 갤 10으로 바꾸셨다고 하셨다. ㅋㅋ. 몸이 이래저래 아픈 데가 많으셔서 계속 병원에 다니시기는 한데, 아직 건강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.
올해 난 몸이 크게 아프고 나서 꿈이 다 뭔 소용이냐 싶을 정도로 좌절이 왔었는데, 몸이 나아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역시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하고,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. 죽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으니,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 싶었다. 어머니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시고, 아버지는 여전히 전자기기를 좋아하신다. 좋아하는 것이 있으시면 건강하신 거라 생각한다.
문득 아버지 하면 생각나는 것이 VTR이다. 아버지는 TV를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지금도 TV를 끼고 사신다. 예전에는 방송을 안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, 그 시간에 녹화된 방송을 주로 보셨다. 지나고 보니, 우리 집은 VTR을 일찍 산 편이었다. 지금으로 보면 얼리 어댑터였던 것 같다.
첫 VTR은 아래 모델이었다 탑로딩 방식의 VTR이 었는데 알던 VTR과는 좀 다른 모양의 VTR이었다. 우리 집은 저녁 9시면 모두 잠을 자야 했는데, 밤늦게도 바쁜 것은 VTR이었다. 집에 비디오가 몇 차례 바뀌고 종일 방송 시대가 오고 나서 집에 비디오는 없어졌다. 그런데, 고향 집에는 외장 HDD 달린 CJ 헬로비전 4K 셋톱박스가 있더라. 넷플릭스, 방송 다시 보기 시대에도 녹화 기능은 꼭 있어야 하나 보다. 여전히 아버지 다운 선택이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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